당선작 갤러리


에세이

[입선] 엄마의 일기(김O현)

관리자 2023.04.26 16:20 조회 58



KakaoTalk_20230426_152416832_01.jpg
엄마의 일기...ⓒ김O현

탄생,
떨리는 두 손으로 탯줄을 자르고 눈물을 떨구는 아빠를 보며
작은 너를 품에 안은 엄마 눈에도 눈물이 흘렀었지.


백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면서 백일의 기적을 기다리고
한 손으로 너를 안고 국에 밥을 말아먹으며 한숨이 나와도
너의 배냇짓, 울음소리 한 번에 크게 행복해했었단다.


첫돌,
한 손에 작은 너를 안고 풀어헤친 머리를 올려 묶으며 첫돌 영상 자료를 제작하고
한 손엔 맥주와 치킨을 들고 다이어트를 외치며 인간관계를 확인했었지.
아장거리는 너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뒤돌아설 때는 차마 발이 안 떨어져
문 뒤에서 너의 발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귀를 대고 있었다는 사실을 너는 몰랐을 거야.


두 돌,
또래보다 퍼즐을 잘하는 너를 보며 영재일까 봐 가슴이 두근거린 밤들이 많아.
잠 없는 너를 겨우 재워 놓고도 엄마 아빠는 핸드폰에 담긴 너의 사진을 확인했지
아픈 너를 밤새 간호한 날은 체온계와 씨름하며 내가 대신 아프기를 기도했던 나날들이었어.


세 돌,
우리 차에서는 가요보단 동요가 울려 퍼지고 너를 위한 키즈카페를 검색하던 나날이었지.
가끔 너를 안고 싸우는 날엔 혼자 너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한 날들이 많아.
육퇴한다고 주말에 아빠에게 너를 맡기고 나간 날은 손에 너를 위한 선물이 가득했어.


네 돌,
끊임없는 말소리에 화도 내고 가끔 너의 투정에 얼굴이 빨개지는 나날들이었지만
입이 삐쭉 나온 네가 동생의 기저귀를 가지고 오며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모습에
잠든 너의 얼굴을 보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꼭 끌어안고 뽀뽀를 백번 했었지.


다섯 돌,
서점에 가고 박물관에 가고 영화관에 가고 맛집을 같이 다니며 딸에서 친구처럼,
너는 나에게 다투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지.
엄마는 오늘 너의 하루가 참 궁금하고 너와의 시간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