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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입선] 봄이 엄마가 되면서 알게된 것들(한O은)

관리자 2023.04.26 17:09 조회 60
저는 오늘로 167일이 되는 아기 ‘봄이’의 엄마입니다. 결혼한 지 8개월이 된 어느 봄날 우리 부부에게 새 생명이 찾아와 주어 태명을 ‘봄이’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어릴 적 보던 일일드라마에서는 부부가 임신을 하면 다음 화면에 ‘10개월 후’라는 자막이 나오며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으로임신을 표현하고는 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겪은 임신 과정은 그렇게 ‘10개월 후’라고 넘길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에게는 하루하루가 순탄치 않았습니다. 임신 초기에는 유산의 위험을 넘겼고, 중기에는 직업상의 이유로 코로나 환자를 자주 대하면서 코로나에 걸리기도 하였습니다. 말기에는임신성 담즙정체라는 드문 질환이 생겨 밤새 긁으며 잠을 자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점점 몸이 무거워왔지만, 지하철로 1시간 걸리는 출퇴근길에서 임산부 배려석에서 조차 배려를 받지 못한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모두가 고된 출근길이라 그 자리에는 항상 임신하지 않은 누군가가 앉아있었는데, 심지어 배지를 가방에 달고서 그 자리 앞으로 가도 쳐다보기만 할 뿐 비켜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많은 경우에, 다른 곳에 앉아있던 아주머니들이 저를 부르며 자기 자리를 양보해주곤 하였습니다. 또한 모르는 할머니가 다가와 고생이라며 토닥여주고 가셨습니다. 그럴 때는 온정이 느껴져 따뜻한 출근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임신 후기에는 서울시 임산부 교통비 지원 덕에 택시를 타고 출퇴근을 하여 편하게 앉아서 다닐 수 있었습니다.

10월의 어느 날, 배가 아파와 병원에 가서 응급으로 아이를 낳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여성들이 자연분만은 일시불, 제왕절개는 할부라고 표현을 하는 것을 들어본 적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제왕절개를 하였는데, 2일 동안은 너무 아파서 아이가 태어난 지 3일 만에 아이의 얼굴을 처음 보러 갔습니다. 아이의 얼굴은 너무 신기했습니다. 제 얼굴이었다가, 남편의 얼굴이었다가, 어떤 때는 시어머니의 얼굴이었다가, 또 어떤 때는 제 동생의 얼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병원을 퇴원하고, 조리원에서의 2주가 지나고, 첫 100일까지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밤에 3시간마다 깨는 아이 때문에 3시간을 1분처럼 잤고, 내 아기이지만 어떤 때는 너무너무 졸려서 짜증을 내며 일어나기도 했는데, 그러다가도 아주 조그만 입을 벌리며 우는 아기를 보면 먹이를 먹겠다고 입을 벌리는 아기새 같아서 가엾고 또 소중해, 짜증을 냈던 제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아기는 자라서 어느 덧 5개월 아기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이제 제법 아는 동요가 많아졌습니다. 어릴 때부터 알던 동요는 물론이고, 처음 들어보는 동요들도 많았는데, 아이에게 불러주기 위해서 열심히 외웠습니다. 동요들의 가사가 너무 아름다워서 어른이 되고서는 느끼지 못했던 몽글몽글한 감정들을 최근에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봄이 되면서 꽃이 피기 시작해서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나가면, 아이에게 이런 저런 말을 해주기 위해서 주변을 열심히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혼자 나갔더라면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을 길가의 풀들, 나무들, 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나와는 대화를 하지 않던 이웃들이 아기를 보고 말을 걸어왔습니다. ‘어머, 몇 개월이에요? 우리 애는 15개월이에요! 지금이 편한 때에요!’ 라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면 혼자 탔을 때는 그렇게 지루하고 느리던 엘리베이터가 순식간에 이동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힘든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아기는 내가 원할 때 잠을 자 주거나, 울음을 그쳐주거나 하지 않아, 늘 다른 사람들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살아야 하고, 아기를 데리고 어딘가로 이동한다는 것은 아기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분유와 기저귀와 가재수건, 담요 등등이 함께 이동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어딘가로 놀러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잘나가지 못하고 혼자 집 안에 있다 보면 아기 때문에 정신없이 바쁜 것과는 별개로, 한편으로는 심심하고 답답할 때도 많습니다. 비록 저는 지금 아이를 키우며 잠시 일을 쉬고 있지만, 만약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는 엄마가 있다면 그 고충은 저보다 훨씬 더 심할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다시 태어나도 지금처럼 봄이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엄마가 되면서 엄마로부터 받은 사랑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주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웃들과도 소통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이를 위해서 고운 말만 쓰려고 노력하다보니, 제 스스로도 더 괜찮은 사람이 된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의 말대로 5개월 아기인 지금이 쉬운 육아이고,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앞으로는 어떤 행복감이 제 자신과 우리 가정을 기다리고 있을지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