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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엄마가 떠나고 엄마가 된 딸이 보내는 편지(김O람)
관리자
2023.04.26 19:42
조회 92
엄마 잘 지내고 있죠?
엄마가 떠난 그날은 비가 왔어요. 아직도 그 날 하늘의 색, 동생과 아빠의 표정, 물에 잠긴 것 같았던 마음이 기억이 나요. 어떻게 엄마 없이 살 수 있을까. 앞으로 나는 행복해 질 수 없겠지. 온통 그런 마음으로 잠이들었고, 엄마가 없었던 첫날 아침 밝은 새벽빛에 아빠를 붙잡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엄마가 떠나고 나서, 저는 엄마가 되었어요.
그 해 7월에 저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엄마 손자의 태명은 튼튼이에요. 시험관으로 어렵게 얻은아이,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태명을 튼튼이라고 지었어요. 나를 가진 엄마의 마음도 그랬을까요?
임신테스트기를 하기 전날, 엄마 꿈을 꾸었어요. 너무 그립고 힘들어서 엄마 생각을 애써 하지 않았는데 그날 엄마가 저에게 작은 상자를 주었어요. 그리고 상자 안에는 작은 아기 고양이가 들어있었어요. 엄마, 저는 그렇게 엄마가 되었어요.
엄마가 되고 나니, 엄마가 더 많이 그리운 철없는 딸이었습니다.
엄마가 떠나고나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토록 바라던 아이가 생겼지만 엄마가 없는데 내가 잘 키울 수 있을지, 이런 것이 의미가 있는지 많이 울었어요. 임신 기간 내내 엄마 음식이 먹고 싶었고, 엄마한테 어리광도 부리고 싶었고 엄마를 원망도 많이 했어요. 출산 후에도 주변에서 친정엄마의 산후조리를 받는 친구들을 보면서 아기 몰래 숨죽여 많이 울었습니다. 엄마 손자, 내 아이가 얼마나 예쁜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자랑하고 싶을 때면 혼자 엄마에게 말도 많이 걸어보았어요. 그리고 우리아이에게 할머니 사진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가장 소중하고, 가장 가까이 있었던 엄마를 잃고 나서 우울증이 와서 상담도 다녔어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상담실에서 울다가 온 날도 있었죠.
그런데요, 엄마 문득 아이를 키우다가 이런생각이 들더라구요.
젊은 엄마의 전부는 나였구나. 나는 엄마의 시간이었구나 생각했어요.
아이를 낳아보니, 신생아는 어찌나 작고 여린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목을 가누려고 해도 엄마의 따뜻한 손이 필요하고, 2시간마다 모유와 우유도 먹여야 했어요. 돌 즈음되니 조금 커서 의자에 앉아 이유식을 먹게 되었는데, 어찌나 많이 흘리던지. 바닥에 있는 이유식을 치우고 닦고, 아이에게 한입 한입 먹이면서 엄마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엄마도 이렇게 나를 키웠겠구나. 요리도 살림도 대충 하는 것이 없었던 엄마인데 온 시간을 쏟아 나와 함께 있었구나. 나는 젊은 엄마의 전부였고, 엄마의 시간이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 생각을 참 많이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온전히 모든 것을 쏟아 사랑으로 키워주신 엄마를 생각하니,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엄마는 떠났고 엄마를 만질수도 부를수도 볼 수도 없지만. 엄마가 사랑으로 키운 내가 남아있구나. 그리고 그렇게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젊은 시절을 쏟아 나를 키워냈는데 내가 힘내서 행복하게 살아야겠구나 생각했어요.
3월, 저는 아이와 두 번째 봄을 맞이합니다.
엄마 봄이에요. 유독 꽃을 좋아했던 엄마여서 봄이 되면 엄마가 더 많이 생각나요. 이번 봄은 작년보다 조금 더 웃으면서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엄마가 같이 있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우리 아기에게 바라는 제 마음이 엄마와 같다고 생각하니 힘이 나는 거 있죠? 봄 햇살처럼 따뜻하게 밝게 자라길. 여름 나무처럼 늘 건강하고 푸르르길. 때론 슬프고 무너지는 일도 있겠지만 그 시간이 짧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단단한 힘을 가지길.
저도 엄마의 마음처럼 조금 더 단단한 딸이 될게요. 늘 엄마가 곁에 있다고 생각하고 더 따뜻한 추억들을 많이 남기려고 해요. 아빠와 동생과 많은 시간 보내며 엄마를 오랫동안 그리워 하고, 또 함께 할 거에요.
엄마가 되고 나서 보니, 저는 엄마를 참 많이 닮았더라구요.
잔소리할 때 나오는 대구 사투리, 육아를 하면서 중간중간 떡과 전으로 요깃거리를 하는 모습, 시간이 날 때 틈틈이 일기를 쓰고 이렇게 글을 쓰는 모습까지. 저는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있나봐요. 그게 참 슬프면서도 많이 위로가 됩니다.
그리고 많이 미안했어요. 혼자 집안일을 하면서 아플 때도, 외로울 때도 있었을 텐데 그 마음을 잘 알아주지 못해서. 재능도 많고 열정도 많고 하고싶은 것도 많은 엄마였는데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요. 육아를 하고, 아이가 조금씩 크면서 나의 커리어와 엄마로서의 역할, 그리고 우선순위들을 늘 생각하게 되는데 이제와서 보니 엄마는 제가 늘 최우선이었던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이제야 그걸 알았는데 엄마한테 잘할 수 있는 기회가 없네요. 많이 후회스럽고, 미안하고, 또 고마워요 엄마. 많이 사랑해요 엄마.
아이의 우주는 엄마라고 하죠. 저의 우주는 엄마입니다.
엄마, 우리 아이의 이름은 우주에요. 넉넉할 우에 주인주자로 소신있고 자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이름을 지었어요. 아이의 우주는 엄마라는데, 우주의 온 우주는 지금 저겠죠? 되돌아 보니 이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저의 우주는 떠나간 엄마입니다. 그러니까 옆에서 잘 지켜봐 주세요.
사랑으로 키워주신만큼 당당하고 밝게 힘내서 살아갈게요. 엄마가 주신 사랑, 남은 아빠와 동생과 함께 따뜻하게 이야기하며 지낼거에요. 그리고 엄마의 손자 우주에게 제가 배운 사랑을 그대로 나누어 주려고 해요.
엄마 사랑합니다.
엄마 고맙습니다.
엄마 저는 조금 힘내서 행복하려고 하고 있어요. 이제는 엄마 없이 혼자서 요리도 하고, 살림도 많이 배웠고 아이도 키우고 있어요. 엄마의 철없는 딸이 이제 엄마가 되었습니다. 제게 쏟아주신 것들을 생각하면 저는 엄마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사랑만큼은 그대로 배워서 가족들과 나누려고 해요.
제 편지가 엄마에게 닿았으면 좋겠어요. 곧 4월, 제 생일이에요. 봄에 저를 낳은 엄마, 많이 보고 싶어요.
이 글을 보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을 잃었거나, 여러 가지일들로 무너지는 일이 있어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당신은 누군가의 젊은 시절, 누군가의 온 시간을 쏟아서 키워낸 전부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자신있게 힘내서 살아야 한다고. 그 사랑이 온전히 담겨져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미 지금 자란 것만으로도 소중한 존재니깐요. 봄입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아빠 모두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자라고 있는 우리 아기들의 꽃같은 앞날도요. 모두의 마음에도 봄햇살이 살짝 내려앉길. 슬프고 어려운 일들은 봄 바람에 날라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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