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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상] 나는 마흔둥이 엄마랍니다(양O혜)
관리자
2023.04.26 19:55
조회 87
30살의 그때로 돌아가 본다. 29살에 결혼, 30살에 출산. 결혼은 좋았으나 첫째 아이의 출산 후 모든 것이 변해버린 나의 일상. 출산 휴가 3개월만 쉬고 복직해서 회사, 집안일, 육아 모두가 힘들었고 다 나만의 일인 것 같았다.
낮에는 베이비시터 이모님이 봐주시고 퇴근하고 오면 늦는 남편 대신 육아는 오롯이 나의 몫이였다. 종일 남의 손에 맡겨 있는 아이도 안쓰러웠지만 퇴근하고 나서 지친 몸으로 아이를 돌보며 육아를 하는 나를 보며 가끔은 아이가 예쁘다는 생각보다 내가 힘들다는 생각이 먼저 올라와 울기도 많이 울었고, 남편과 싸우기도 많이 싸우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내가 조금은 덜 부지런하고 조금은 덜 열심히 했어도 되었는데 그때는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그렇게 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 출근할 때는 집으로 출근하시는 베이비시터 이모님과 아이를 위해 집 청소며 이모님 점심준비까지 완벽하게 세팅하고, 퇴근하면 7시30분 이모님 퇴근이 늦어지지 않도록 회사에서 눈치를 보며 6시15분~30분사이 퇴근을 하고 혹시라도 차가 막히면 발을 동동 구르고 이모님 퇴근 시간을 맞추기 위해 매일 뛰어서 집 에오는 일상들..
그런 반복되는 일상에 나도 지쳐있었고 매일 쌈닭처럼 달려드는 나를 보며 남편도 지쳐있었다. 조금은 부족해도 되었고, 한 두번은 늦어서 죄송하다고 전화드리고 수당도 드리고 선물도 드리면서 부탁할 수도도 있었는데 왜 그렇게 혼자서 모든걸 감당하려고 하면서 힘들게 살았는지, 완벽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싶은 생각이 든다. 가끔 육아를 부탁하는 친정 부모님께도 항상 미안한 마음만 들었다.
아이 하나는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 했지만 그나마도 막상 내가 낳아서 키워보니 녹록지 않은 현실이었고, 둘째는 절대 생각도 하지 않았고 신랑도 그런 나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둘째 얘기는 입 밖에 꺼내지도 않았다. 주변 분들은 아이가 하나면 외롭다고 하나 더 낳으라고 간혹 얘기하시지만 난 항상 단호했다. “키워줄 거 아니면 그런 얘기하지 마세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가 4살쯤 되니 처음만큼 힘들지 않았고 나에게도 요령이라는 것이 생겼다. 또 아이도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대화가 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도 늘어나면서 나 또한 육아가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없으면 둘이서 백화점 가서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정말 힘들 때는 요리 교실에 맡겨두고 잠깐 쉬기도 하면서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시기가 왔다. 그쯤 우리 첫째 아이는 상호작용 놀이를 좋아하는 5세가 되었고 혼자 놀기 심심하다고 친구나 동생을 찾기 시작했다.
적극적으로 친구도 만들어주고 했지만 가끔 방에서 혼자 노는 아이의 뒷 모습을 보니 좀 외로워 보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둘째를 생각은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였다. 역시나 아이는 내가 갖기 싫다고 안 갖고, 내가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아이는 어느덧 한국 나이 11살, 나는 40살이 되었다.
여전히 첫째는 동생 얘기를 자주 했고, 40살을 맞이하기 전, 39세 12월에 나는 매년 가는 부인과 정기검진에서 선생님께 ‘40살에도 둘째 낳을 수 있을까요?’ 대수롭지 않게 물었고 선생님은 난소검사를 해보자고 하셔서 얼떨결에 했는데..이게 웬일?? 나이 39살인데 난소 나이가 46세란다.
혹시나 해서 물었는데 갑작스러운 검사와 검사 결과를 들으니 더더욱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46세면 임신 확률이 30%로 떨어진다나 뭐라나. 웃프다. 그냥 흘려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더 늦으면 아예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40살을 마지막으로 둘째에 도전해보기로 남편과 협의했다. 희박한 30%확률에 도전!!
정말 기대는 없었다. 큰 아이 하나로도 충분히 좋았고 행복했기 때문에...그런데 기적같은 일이 나에게 벌어졌다. 생각하는 순간 기적적으로 둘째가 찾아왔다. 40살에 둘째라니 그것도 첫째와 나이 차이가 자그마치 10살이다. 첫째 낳고 몇 년 만에 둘째는 낳는 40세 노산이 아니고 거의 초산 같은 노산이 되었다. 그래서 생각하지 못한 양수검사도 하고, 노산이라 매일매일 노심초사 했지만 하늘이 기적처럼 주신 선물인
둘째는 3.9kg으로 건강하게 내 나이 40살, 남편 나이 40살, 첫째 아이 나이 11살인 18년 9월 말에 마흔둥이로 세상에 나왔다.
세상에 기적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1인이었는데, 내가 그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니 정말 믿기지 않았다. 둘째를 그렇게 바라던 친정 부모님과 첫째 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나 또한 10년 만에 얻은 둘째가 그냥 예쁘고 신기할 따름이었다.
10년만에 얻은 둘째가 나온 시점에는 첫째 때와는 다른 복지들이 많이 있었다. 둘째 출산 축하금도 구청에서 나왔고(자치구마다 다름), 그 당시 기준으로 기억을 떠올려보면 양육수당이 돌 전까지 20만원, 두 돌 전까지 10만원, 그리고 초등입학 전까지 아동수당 10만원이 나왔다. 아동수당은 6세인 지금도 감사히 받고 있다. 그리고 어린이집 보육료 전액 무료혜택까지..어디 그뿐인가?
첫째 아이를 출산한 2008년엔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쓰는 것은 금기시 되어 왔었고 모두 출산휴가 3개월만 쓰는 분위기 였는데, 둘째가 태어난 2018년에는 육아휴직 사용이 당연 시 되는 분위기 였다. 그래서 나도 회사지원, 정부지원 받으면서 출산휴가 3개월에 육아휴직 12개월 총 15개월을 월급을 받으면서 편하게 쉬면서, 내가 내 손으로 아이를 케어 할 수 있었다. 복직해서도 시차출퇴근 제도가 생겨서 코어타임 10시-2시 사이 근무만 지키면 그 이외의 시간은 자유롭게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주 40시간 근무제도가 시행되면서 육하는 하는 직장맘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진짜 맞는 말인 것 같다. 어쩜 이렇게도 세상이 좋아졌는지 새삼 느끼면서 젖먹이 4개월 아이를 떼어놓고 9시 to 6시 출퇴근하던 그때와는 다른 여유로움과 행복함을 느끼면서 육아를 하고 있다.
마흔둥이 둘째는 그냥 사랑이다. 복지도 복지지만 늦둥이 둘째가 주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수 없다. 나이 많은 늙은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하고, 엄마를 제일 사랑한다고 하고, 유치원에 갈 때 내가 출근할 때도 항상 앞에 나와서 ‘조심해서 다녀와. 보고싶을 꺼야’ 라고 말하는 마흔둥이 살아있는 생명체(우리 첫째가 잘 쓰는 표현)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자주한다. 첫째가 외로워해서 강아지 키우자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둘째는 우리 집의 재롱둥이 강아지다^^
매일매일 나를 안아주고, 볼에 뽀뽀해주고, 잘 때 마다 귀에 대고 ‘엄마 사랑해’라고 속삭이는 마흔둥이 둘째는 나의 활력소다. 늙은 엄마라고 나중에 학교 못 오게 할지도 모르고, 자기를 왜 이렇게 늦게 낳았냐고 원망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말 듣지 않기 위해, 더 젊어 보이기 위해, 나와 남편은 더 잘 먹고, 스트레지 받지 않고, 운동하면서 지내야겠다고 다짐한다.
첫째가 둘째를 안고 다니거나, 같이 놀아주거나, 둘이 같이 밥 먹는 모습, 깔깔거리며 웃는 모습을 보면 너무 흐믓하다. 4인용 식탁에 셋이 앉아 있을 때 가끔 한자리가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4인용 식탁을 꽉 채운 4인 가족이 되었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말은 첫째 때 육아를 가끔 도와주시던 친정엄마가 힘들어 하는 나에게 가장 많이 하셨던 말이다. 그때는 들리지도 않았고 듣고 싶지도 않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급할 때 SOS 할 수 있는 부모님이 있음에 감사하고, 유치원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고, 육아를 하면서도 주변에 작지만 도움의 손길이 있어 내가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역시나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말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감사하게 아이를 키우고 있다.
부족한 엄마지만 이 세상에 이렇게 나만 바라보고 나만 좋다고 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오늘도 행복한 육아를 해보려고 한다. 마흔둥이 둘째 덕분에 몸은 조금 힘들지만(?) 마음은 더 젊어지고 행복해지고 있다. 크는 게 서운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나도 직접 느끼면서 하루하루 아이의 행동과 말을 머릿속에 마음속에 저장하며 일상의 행복을 느끼는 요즘이다. 또한 요즘의 나는 둘째 낳기를 권유하는 둘째 전도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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